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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패션

코듀로이, 노동자의 실용복에서 빈티지 감성 아이콘으로

코듀로이

코듀로이의 탄생과 초기 쓰임새

코듀로이(Corduroy)는 직조 과정에서 세로 줄무늬가 도드라진 독특한 원단으로, 18세기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왕의 천’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표현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 계층의 옷감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튼튼하고 따뜻하면서도 관리가 쉬운 덕분에 농부, 사냥꾼, 공장 노동자들의 실용복에 적합했다. 초기 코듀로이는 고급 소재라기보다는 일상과 노동의 현장에 뿌리내린 원단이었다.

산업화와 대중화의 길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직물 생산 기술이 발달하면서 코듀로이는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되었다. 튼튼하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이었기에 작업복뿐 아니라 어린이복, 학생복, 군복에도 활용되었다. 특히 굵은 골과 얇은 골에 따라 다른 인상을 주었는데, 굵은 골은 내구성을 중시하는 노동복, 얇은 골은 단정한 학생복이나 일상복에 많이 사용되었다. 이 시기 코듀로이는 “실용적인 보편의 원단”으로 자리 잡았다.

20세기, 서브컬처와 코듀로이

코듀로이는 20세기에 들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았다. 1960~70년대 청년 문화 속에서 코듀로이 바지와 재킷은 자유로운 보헤미안 스타일을 상징했고, 198090년대에는 빈티지 감성을 담은 아이템으로 재조명되었다. 흔히 ‘촌스럽다’는 인식과 동시에, 그만큼 개성 있고 진정성 있는 소재로 받아들여졌다. 코듀로이는 패션 주류의 중심에 서지는 않았지만, 늘 독자적인 매력을 가진 서브컬처의 상징이었다.

오늘날의 코듀로이 해석

지금 코듀로이는 복고 열풍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와이드 팬츠, 오버핏 재킷, 셔츠 등으로 변주되며 빈티지 감성과 미니멀리즘을 동시에 표현한다. 따뜻한 질감과 편안한 착용감 덕분에 가을·겨울 시즌에 특히 사랑받는다. 또한 친환경 패션 흐름 속에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소재라는 점도 다시 각광받는 이유다. 코듀로이는 더 이상 단순한 노동자의 옷감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이 매력으로 바뀐 원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